NBT 오피스에 허먼밀러 의자가 없는 이유

우리는 7년 만에 새로운 오피스로 이사를 했습니다. 두 번의 후보지 변경과 두 번의 이사로 꽤 요란한 이사였는데요, 이사의 과정은 차차 공유하기로 하고 오늘은 우리의 6번째 오피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서오세요. NBT 오피스 투어의 가이드를 맡은 이지나입니다. NBT 오피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구에 들어서서 오른 쪽으로 가시면 라운지가……
여느 회사에나 있는 사무공간, 회의실, 캔틴의 존재를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더군다나 NBT 오피스에는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이색적인 디자인이나 누구에게나 압도감을 선사하는 와우포인트가 없습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꼭 필요한 곳에 비용을 사용해야 했기에 포기하여야 하는 부분들이었죠.
그럼 NBT는 오피스를 설계할 때 무엇을 고민했을까요? 어디에 비용을 사용했을까요?
NBT 오피스는 아래 3가지 요소에 집중했습니다. 이제부터 아래 3가지 요소가 적용된 NBT 오피스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1. 업무 몰입에 올인 / Engagement first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언제나 높은 수준의 몰입도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공간은 몰입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어야 합니다. 사무공간, 미팅룸 등 업무 몰입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우선순위가 항상 높으며, 각 공간에서 진행되는 업무의 성격에 맞는 몰입 환경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몰입에 필요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가차없이 제거해 나가며 최상의 몰입 공간으로 끊임없이 개선합니다.

공간 중 한 곳의 천장만 노출한다면?

노출 천장 비용은 인테리어 공사 비용 중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노출 천장을 하느냐 마느냐로 공사 비용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도 합니다. 임대 사무실이라면 추후 원상복구를 위한 비용 또한 만만치 않고요.
오피스 공간 중 한 곳의 천장만 노출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회사는 ‘라운지’를 선택합니다. 면적이 작아 비용적으로 유리할 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에게 보여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 디자인에 공을 들입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처음에 라운지 천장 노출을 제안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 가장 치열한 몰입을 하는 공간인 사무공간의 천장을 노출하였습니다. 천장이 높을수록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상승한다는 소크연구실 사례를 아시나요? 우리는 언제나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러한 NBT에서 오피스 공간 중 한 곳의 천장만 노출한다면, 사무공간의 천장을 노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70%만 채운 사무공간

우리의 사무공간에는 2m 간격으로 115개의 좌석 배치가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책상 간격은 1.5~1.8m이기 때문에 이 역시도 꽤 쾌적한 편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 70%인 81개의 좌석만 배치하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몰입 공간을 더 넓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함이죠. 우리가 클러스터형으로 일하는 데다가 레이아웃을 자주 변경한다는 것을 고려하였습니다.
향후 인원이 늘어날 것도 물론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100% 예측할 수 없기에, 현재의 최선을 선택합니다.

모션데스크와 풀옵션 의자

여느 잘 나가는 스타트업처럼, NBT도 전구성원에게 허먼밀러 의자를 제공해야 할까?
우리가 가장 오랫동안 몰입하는 공간인 사무공간, 그 중에서도 개인 책상과 의자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책걸상과 관련된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만성적인 허리와 목 통증으로 서서 일하기를 원함
본인의 신체 조건과 기성 책상의 높이가 맞지 않음
개인이 해결할 수 없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허먼밀러 의자를 사용하여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었습니다.
NBT는 전구성원에게 허먼밀러 의자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모션데스크를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허먼밀러는 아니지만 의자도 좋은 겁니다.

65” 전자 칠판의 도입

여럿이 함께 보기에는 작은 TV 전등을 꺼도 정확한 색깔과 작은 글씨를 확인하기 어려운 빔프로젝터 판서 후 사진 찍어 공유하고 지우는 과정들
기존 미팅룸의 오답 노트입니다. 미팅룸에서는 불편함이 아닌, 미팅 아젠다에 온전히 몰입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팅 몰입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였습니다.
7개의 미팅룸에 그 규모에 맞는 전자 칠판을 도입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제 환한 곳에서 충분한 크기의 화면으로 논의에 몰입합니다. 자료에 바로 메모하고, 화면을 공유하고, 더 풍성하고 효과적으로 충돌합니다.

‘진짜’ 휴식

높은 업무몰입을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무제한 리프레시 제도가 있지만, 내일의 휴가보다 오늘 30분의 단잠이 더 필요할 때도 있죠.
우리는 허울만 휴식인 수면실은 지양합니다. 다인실은 배제하고, 최고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진짜’ 휴식을 할 수 있는 ‘Refresh Zone’을 두었습니다.
이 곳에는 성별이 구분된 4개의 수면실과 2개의 안마의자실이 있습니다. 모두 1인실이고 소음 차단을 위해 신경 썼으며, 수면실의 침구는 매달 깨끗한 것으로 교체합니다.

2. 상호작용 / Sync & Link

NBT SPIRIT은 우리들의 상호작용으로 더욱 극대화됩니다.
경계없는 도전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야 합니다. 다양한 전문성과 관점을 가진 우리들이 서로 부딪혀가며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자기주도적인데, 이는 완벽한 alignment를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 공간은 자연스럽게 모이고, 연결되고, 부딪히고, 소통하고, Sync를 맞출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우리 공간에서 NBT Spirit이 더욱 극대화될 수 있어야 합니다.

파티션 없는 사무공간

우리는 한 명도 예외없이 하나의 공간에 모여 일합니다. 모두가 파티션 없이 오픈된 데스크에서 일하며 대표나 리더의 공간을 별도로 두지 않습니다. 더 많이, 더 직접적으로, 더 빠르게 부딪히며 일하기 위함입니다.
파티션은 물론 칸반을 제외하고는 키 큰 가구도 없습니다. 가구는 모두 책상보다 낮은 것으로 선택하고, 칸반은 파티션처럼 기능하지 않도록 배치합니다.
언제든지 고개를 돌려, 의자를 돌려 옆 자리 구성원의 의견을 물을 수 있습니다.

클러스터형 레이아웃

우리는 목적 중심의 여러개의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전체가 하나의 조직이기도 합니다. DevOps 팀은 각 파티의 백엔드 엔지니어들과 밀접하게 협업하고, 프로덕트마케팅팀은 B2C 제품을 담당하는 G 파티 및 H 파티와 함께 일합니다. 피플+팀은 경영재무실 및 각 팀의 Hiring manager들과, 경영재무실은 비즈니스그룹과 유기적으로 협업합니다. 서비스운영팀은 광고사업실, 사업개발팀, 각 파티, 프로덕트마케팅팀 등 거의 모든 팀과 협업이 있기에 오피스 가장 중앙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 모든 협업 관계를 고려한다면 자로 잰 듯 깔끔한 모듈형 레이아웃은 불가능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세포처럼 역동적인 클러스터형 레이아웃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단 하나의 대면형 캔틴과 대면형 OA

우리의 공간은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합니다. 물을 마시러 가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복사를 하러 가면서도 한 번 더 다른 구성원과 마주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캔틴도 1개, OA도 1개입니다. 보조 캔틴이나 보조 OA는 없습니다. 오피스 구석구석에 정수기나 개인 쓰레기통이 놓여있지 않고, 오직 캔틴 한 곳에만 있습니다.
캔틴과 OA의 또 다른 특징은 대면형 아일랜드 형태라는 것입니다. 캔틴과 OA를 이용할 때도 벽이 아닌 다른 구성원과 마주보고 소통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사무 공간의 BGM

키보드 소리만 고요하게 울리는 도서관 같은 사무실에서는 아무리 필요한 말이라도 목소리를 내기 주저하게 될 수 있죠. 우리는 누구나, 언제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사무 공간에 BGM을 재생합니다.
누구든지 플레이리스트에 원하는 음악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라면 말이죠.
반대로 오픈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는 BGM을 재생하지 않습니다. 오픈 커뮤니케이션은 인접한 NBT Lab을 포함하여 핫데스크나 미팅룸으로 사용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다종다양, 다다익선 미팅룸

우리는 잠시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던 시절, 한 달치 회의실 크레딧을 이틀만에 모두 소진하고 공유 오피스에 읍소하여 매주 추가 크레딧을 결제하였습니다. 공유 오피스는 우리를 위해 예외를 적용하여 크레딧 충전을 해주면서도 매주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우리의 오피스는 미팅룸이 많이 필요합니다.  4인에서 16인까지 회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미팅룸 뿐 아니라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미팅룸을 두었습니다. 예약 없이 즉각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사무공간 바로 옆에 위치한 싱크룸, 영입 후보자가 최상의 역량을 발휘하고, 우리도 면밀히 영입 후보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터뷰룸, 전사 구성원이 모일 수 있는 오픈 커뮤니케이션까지… 8가지 종류의 미팅룸을 총 14개 두고 있습니다.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제외하여도 미팅룸 좌석수가 전체 구성원 수보다 훨씬 많습니다.

양방향 소통 타운홀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전사의 싱크미팅 격인 ‘타운홀’을 진행합니다. 우리가 극단적 자기주도성을 발휘하면서도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미팅입니다.
아무리 많은 인원이 모이더라도 더 활발하게 상호 작용 하고, 회의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그러기 위해 공간적으로 아래 2가지 요소를 추가하였습니다.
밝은 곳에서도 먼 뒷자리에서도 가시성이 좋은 180인치 미디어월을 설치하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선명하게 바라보며 소통하고, 뒷자리에 앉은 구성원도 정보에 소외되지 않습니다.
착석감이 좋은 의자를 배치하였습니다. 길어지는 회의에도 의자의 불편함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이탈하지 않도록 의자도 신중하게 선택하였습니다.

칸반과 대시보드

우리 사무실 곳곳에는 각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과 아젠다가 적힌 칸반(Kanban) 보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우리 제품의 지표를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도 있고요.
온라인에서 뿐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에서도 정보는 항상 오픈되어 있고 누구나 언제든지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3. 기민함 / Flexibility

우리는 미래를 100%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시장 상황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당면한 상황과 해결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분석합니다. 그 과정에서의 불확실성, 모호함, 변화를 언제나  감수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공간도 어느 곳보다 가변적이고, 유연하고, 역동적이고, 기민한 곳입니다.

한 층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이사 전에는 4개층의 사무실을 사용하였습니다. 미팅을 위해, 인터뷰를 위해, 창고에 가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층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사무공간에서 일할 뿐 아니라, 한 층의 공간에서 동선의 분절 없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원했습니다. 불필요한 이동에 따른 피로감을 줄이고, 더 기민하게 움직이길 원했습니다.
이번 사무실 이사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200명, 300명이 되는 조직은 서울에서 누리기 어려운 특권이기도 하지요.

바퀴 달린 책상, 캐리어처럼 생긴 서랍, 그리고 24개의 시스템 박스

우리는 책상과 서랍을 선택할 때도 이동성을 고려합니다. 책상과 서랍에는 모두 바퀴가 달렸고, 서랍에는 끌기 좋게 손잡이도 달렸습니다.
잦은 자리 이동, 레이아웃 변경에도 우리는 바퀴달린 책상을 밀어 놓고, 여행용 캐리어처럼 손잡이가 달린 서랍을 끌어다 놓고, 가까운 시스템 박스에 전원을 연결하면 그 뿐입니다.
4구 시스템 박스는 사무 공간에 24개, 총 96구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어떤 레이아웃이든 자리에서 시스템 박스가 너무 먼 경우는 없습니다.

뱅글뱅글 순환형 동선

우리의 오피스는 여러 개의 고리, 순환형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막다른 길 없이 모든 공간이, 모든 공간으로 연결됩니다. 물 흐르듯 무한히 연결되는 순환형 동선에서 우리의 기민함은 더 극대화 될 것입니다.

4. 미완성 / Uncompleted

위 3가지 특징에 더해 NBT 오피스의 1가지 특징을 더 꼽자면 바로 NBT 오피스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입니다. NBT 오피스는 몰입을 위해 완성된 환경, 완벽한 환경은 아닙니다. NBT 구성원 모두가 극단적 자기주도성을 발휘하여 이 오피스에서 스스로 몰입 환경을 구축하며, NBT 몰입 환경의 무한한 변화와 발전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공간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변화시켜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