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T는 왜 일하는 방식을 문서로 정리했을까?

왜 '일하는 방식'을 문서로 정리했을까?

대내외적으로 변화가 많은 시기에 회사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물론 긴급한 문제들이 무수히 많겠지만, 단연 ‘조직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변화를 적극적이고 받아들이고, 이끌어 가는 조직과 구성원의 공통적인 특성은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와 신념’에 있기 때문이다.
NBT는 창립 10년 차 스타트업이다. 올해 우리는 전사적인 미션 측면에서 다음 단계의 도전으로 넘어가는 시기로서, 대내외적으로 주요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서비스 런칭, 치열해진 시장 경쟁, 신규 구성원의 입사, 상장과 파트너사 인수 등이 그렇다.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기존 구성원들이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전사적으로 2021년을 우리의 신념과 도전의 방식을 점검하고 동기화하는 시기로 정의했다.
그 일환으로 고유의 일하는 방식을 담은 NBT SPIRIT : 우리는 어떻게 일하는가? 문서를 만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말과 행동으로만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마다 서로 다르게 이해하거나 지난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모두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로 정리하는 일이 필요했다. 이번 글에서는 문서를 만들기까지의 도출 과정과 고려했던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어떻게 ‘일하는 방식’을 도출했을까?

‘조직’은 목표와 사람으로 구성되며, ‘조직문화’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이자 기준이다. NBT가 일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진 독특한 비전과 미션, 그리고 인재상에서 도출되어야 한다. 즉, ‘NBT SPIRIT’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목표와 사람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했다.
먼저 비전과 미션, 인재상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여러 군데에 파편화된 히스토리와 문서를 모두 모았다. 또한 회사의 창립 스토리와 9년 동안 지나온 도전과 실패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각각에 대해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고, CEO 및 피플팀, 그 외 구성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한 맥락과 배경을 구체화했다.
NBT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특성은 어떤 시장이나 도메인, 전문성을 정의하고 시작한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즉, NBT는 모든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다. 그 사실은 지난 9년간 변하지 않았다. 기성 기업의 업무 문화에 반발한 사람들이 모여 창립한 이 스타트업은 이후 '도전이 더욱 많아지는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 아래에서 잠금화면 서비스, 만보기 서비스, 라이브 퀴즈쇼, 패션 프리오더 플랫폼, B2B 오퍼월 솔루션 등 20개 이상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해왔다.
그렇기에 NBT에 모인 구성원들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가진 관찰력과 지적 호기심을 원동력 삼아,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 익숙하기도 하다. 어떠한 실패나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으며,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황에도 기꺼이 뛰어들 수 있는 강인함도 있다. NBT에서는 이런 사람을 일명 ‘이타적인 도전 덕후’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도전이 더욱 많아지는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와 ‘이타적인 도전 덕후’ 성향을 가진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스타트업은 지난 9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일해왔을까? 우리는 지난 히스토리와 아카이브된 문서, 구성원 인터뷰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킨 4가지 특성을 아래와 같이 도출했다.
● 도전에 있어 특정 시장, 도메인, 전문성 등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 다양한 의견과 관점의 충돌을 통해 창의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낸다. ● 통제와 관리를 최소화하고 극단적 자기주도성을 추구한다. ● 남들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실행하고 실패를 통해 개선한다
이 4가지는 분명, 지금까지 NBT가 지켜왔었고, 또 앞으로도 유효한 핵심 가치들이었다. 이런 가치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반영되어 왔으며, 이 기준에 따라 여러 가이드와 제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충돌할 수 있도록 파티션이 없는 오픈 데스크에서 일하며,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과 아젠다가 적힌 ‘칸반(Kanban)’ 보드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또한 자기주도적인 환경을 위해 스스로 자신의 미션을 설계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고, 제한 없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Refresh 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구성원들이 이 4가지 가치에 대해 감각적으로 막연하게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암묵적인 지식(Tacit Knowledge)*으로서 관찰과 경험을 통해 내제화하고 실천하고 있지만 주의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상태였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각각의 상세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명확하게 정리하여 공유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명시적으로 공유하려는 시도가 있었더라도 각각의 내용들의 수준과 범위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암묵적인 지식(Tacit Knowledge) : 학습과 체험을 통해 개인에게 습득돼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의 지식. 즉, 내재적 지식으로 개인 및 조직의 행태에 대한 관찰 등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획득될 수 있는 지식
이에 내용을 자세하게 읽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NBT에서 추구하는 높은 수준(High Standard)을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을 고민했다. 이에 4가지 가치에 대한 워딩을 50개 이상 목록화했고, 그 중에서 가장 적합한 단어를 선정했다. 짧게 축약된 한글 단어로는 뉘앙스를 완벽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하고자 영문으로도 함께 표기했다. 그렇게 4가지 NBT SPIRIT이 정의되었다.
경계 없음 (No boundary) ● 충돌 권장 (Combined Solution) ● 극단적 자기주도성 (Radical Autonomy) ● 10배속 실험 (10X lean)

문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

이제 도출된 내용을 내부 구성원에게 공유하기 위해 문서화를 진행할 차례다. 문서를 작성할 때 전제 조건은 Tesla의 ‘Anti-Handbook Handbook’처럼 근무지침과 규칙 등 세부 사항보다는 우리가 동료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또한 회사와 조직 문화가 가진 장점만을 강조하기보다는, 해당 방식이 갖고 있는 단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설득하는 것에 주력했다. 이에 문서는 아래와 같은 목차로 구성했다.
1) 이 문서를 만든 이유 2) 비전과 미션 :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가 3) 인재상 :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가 4) NBT SPIRIT : 우리는 어떻게 일하는가 5) NBT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은 무엇인가 6) 맺음말

1) 이 문서를 만든 이유

처음에는 NBT SPIRIT 문서를 만들게 된 배경과 도움이 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야 앞으로 이어질 긴 내용을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후에도 꺼내어 참고해야할 정당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시간 동안 일하는 방식을 정리한 문서가 없어서 생겼던 문제를 적었고, 특히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할 때마다 문서를 찾아보기를 권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영입하는가 : 잘못된 영입의 대가는 막대하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의 기준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영입 후보자를 세밀하게 검증하자. ● 우리는 어떻게 일하며 성장하는가 :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스스로 점검해보자. 동료와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도 활용할 수 있다. ● 우리는 어떤 사람을 떠나보내는가 : 헤어짐은 어렵고 힘들지만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존중하는 가치를 근거로 신중하게 결정하고 실행하자.

2) 비전과 미션 :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가

이 문서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문서지만, 도출 과정에서 말한 것처럼 ‘비전과 미션’ 그리고 ‘인재상’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과정없이 결과만 본다면, 엉뚱하게 느껴지거나 너무 뻔한 내용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가 가진 비전과 미션을 가장 먼저 간략하게 언급했다. 우리가 왜 ‘도전이 많아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지, 이를 위해서 어떤 단계를 거쳐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지 설명했다.

3) 인재상 :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가

인재상은 NBT에 모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성향을 캐릭터로 분류한 것이다. (핵심가치로 여기는) 도전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을 비롯하여, 열정과 흥미가 넘치는 ‘매니악’, 일에 높은 기준을 가진 ‘마스터’,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기버’로 구성되어 있다. 비전과 미션, 그리고 인재상까지 이해했다면, 그로부터 도출된 ‘일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4) NBT SPIRIT : 우리는 어떻게 일하는가?

이 문서에서 가장 핵심 내용이다. 각각의 4가지 NBT SPIRIT이 회사의 차원에서, 그리고 개인의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다. 마치 경영 전략과 제품 전략이 팀 미션과, 팀 미션이 개인의 미션과 상호 연결되는 것과 같은 구조다. 또한 NBT는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는 아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극단적인 면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하는 방식과 맞지 않는다면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지도 함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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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음 (No Boundary) NBT는 특정 도메인이나 시장, 전문성을 정해두고 설립한 회사가 아니다. NBT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우리의 도전에는 경계가 없다. NBT는 지금까지 쌓아온 자산을 기반으로 도전의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해나가고 있다. 3년 뒤에 우리가 어떤 도전을 하고 있을지는 누구도 알지 못 한다. 광고, 콘텐츠, 커머스 뿐만 아니라 금융, 패션, 여행, 뉴스, 헬스케어, 심지어는 농업 분야에도 도전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뎌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유로 단기적인 경영전략과 사업계획은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 이런 변동성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이상적인 도전 환경이 되기도 하지만, 매우 치명적이고 불안한 환경이 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역할과 팀이 유동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미지의 영역을 학습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할 수도 있다. NBT에서 많은 구성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불안하게 여기기보다는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무한한 가능성에 열광한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이 여기에서 끝나게 되면, 추상적이고 말뿐인 말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좋은 말이긴 한데, 실제로 이렇게 일하고 있어?’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이에 실제로 각 NBT SPIRIT, 즉 일하는 방식들이 반영된 업무 환경이나 가이드, 제도 등의 사례와 구성원들로부터 인터뷰한 내용을 함께 적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담겼다.
● NBT 구성원들은 ‘경계 없음(No Boundary)’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 구성원들의 경험 ● NBT는 구성원 간의 충돌을 돕기 위해 어떻게 공간을 설계했을까? → 업무 공간 설계 요소 ● NBT에서는 ‘극단적인 자기주도성’을 위해 어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가? → 휴가, PG 제도 ● NBT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실행할까? → 실제 신규 서비스 및 기능 런칭 일정

5) NBT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컬처 덱(Culture Deck)에는 잘하는 것, 추구하는 가치만이 담겨있다. 하지만 모든 가치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하나의 가치를 선택한다는 건 그만큼 포기해야하거나 감수해야하는 것들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들을 명시하면 오히려 추구하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특히 밸브(Valve)의 핸드북에서 영감을 얻었고, 실제로도 구성원들의 주목과 관심을 끌었다. 목록에서 몇 가지 항목만 예시로 전해드린다.
● 누구나 따를 수 있는 세세한 업무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 ● 단순히 일손을 채우기 위해서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는 것 ● 3년 이상의 구체적인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 ● 최대한 많은 규칙과 완벽한 통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 개인적인 친분으로 동기를 부여하거나 친목을 강요하는 것 ● 업무 몰입과 관계없는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것 ● …

6) 맺음말

맺음말은 이 문서가 혹여나 잘못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당부의 말이 적혀있다. 회사가 공통적으로 일하는 방식 혹은 소위 ‘조직 문화’는 특정인의 의지로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변하지 않는다. 모든 구성원 공감대와 신념이 흔들리지 않는 문화를 만든다. ‘회사의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면 직접 액션을 취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 문장만큼 구성원과 조직문화의 관계와 태도를 간결하고 분명하게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 ‘NBT SPIRIT’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치가 아닌, 직접 실천하고 보완하고 강화해야 하는 것임을 상기하면서 문서는 마무리된다.

Lesson Learned

이후 NBT SPIRIT 문서를 구성원에게 공유했을 때, 다양한 피드백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라는 긍정적인 피드백부터 “극단적인 표현과 내용이 신규 입사자나 영입 후보자에게 높은 허들로 느껴질 것 같다.”라는 우려도 있었다. 피드백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 떠나서 구성원이 함께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문서의 길이가 예상보다 길어진 점은 아쉽다. 일부 표현이 강하게 실린 점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가치를 오해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문서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준이 있어야 논의도 진행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구성원들과 이 문서를 기준으로 내용을 조정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거나 확장해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NBT SPIRIT 문서는 더 나은 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한 시작점인 셈이다.